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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愛憎)의 '흑표범', 바르사의 사무엘 에투

기사입력 2009.07.28 09:07 / 기사수정 2009.07.28 09:07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인 애증(愛憎).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지만 여러 사람에게 애증으로 점철된 선수가 있다. 바로 스페인 라 리가 클럽인 바르셀로나의 최전방을 책임졌던 사무엘 에투다.

'흑표범' 에투는 28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와 인테르 밀란 간 벌인 맞트레이드 협상으로 인해 인테르 밀란 이적이 완료됨으로써 정든 라 리가 무대를 떠나게 됐다.

1997년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이후 지난 시즌까지 라 리가를 호령했던 에투는 리그에서만 총 165골을 기록하며 라 리가 역대 최다 골 순위에서 페렌크 푸스카스와 루이스 아라고네스를 밀어내고 12위에 올라있다.

이토록 득점 하나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해줬지만 전술적인 요소로 인해 다음 시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계획에서 빠지게 된 에투는 인테르 밀란 과의 개인 협상 기간 동안 과도한 연봉과 보상금을 요구한다는 등의 악의적인 기사가 쏟아지면서 바르셀로나 팬들을 노심초사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5시즌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며 3번의 리그 우승,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잊을 수 없는 공로를 세운 에투이기에 무조건 미워할 수만도 없는 선수였다.
  


▲ 2004년 바르셀로나 입단식에서의 에투

어린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했지만 같은 포지션의 출중한 선수들로 인해 여러 클럽을 전전하던 에투는 마요르카를 만나면서 비로소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00/01시즌(임대포함)부터 마요르카의 유니폼을 입고 4시즌 간 54골을 기록한 에투는 2004년 그간 보여줬던 활약을 인정받듯 24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바르셀로나에 합류했다.

바르셀로나에 합류한 후 2004년 8월, 비라프랑카(Vilafranca)와의 경기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 에투는 2골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첫 출발을 보였다. 이적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만 25골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 No.9 다운 모습을 보인 에투는 04/05시즌 우승으로 이끌며 98/99시즌 이후 5시즌 만에 바르셀로나를 라 리가 우승으로 이끄는데 일조했다.

05/06시즌에도 빼어난 골 결정력을 보여주며 26골을 기록, 클럽을 리그 2연패로 이끈 동시에 개인 부문에서도 다비드 비야(발렌시아)를 제치고 피치치(득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05/06시즌에는 호나우디뉴, 리오넬 메시와 함께 'R-E-M'이라 불리며 라 리가뿐 아니라 유럽 무대까지 정복해나갔고,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터트리며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우승 트로피를 바르셀로나에 안기기도 했다.

클럽에서 보여준 활약에 힘입어 2003, 2004, 2005년 연속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던 에투는 2006년 피파 올해의 선수 3위에 오르며 자신이 세계 최고의 공격수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 2006년 피파 올해의 선수 3위를 수상한 에투

04/05시즌과 05/06시즌의 대성공 이후 에투와 바르셀로나는 06/07시즌부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를 이끌던 호나우디뉴와 에투가 동시에 부진에 빠지기 시작했고, 두 선수 간의 잡음도 서서히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 내·외적으로 문제가 일어나자 바르셀로나는 07/08시즌 보여줬던 최악의 경기력으로 이어졌고, 끝내 프랑크 라이카르트 감독은 경질됐다.

뒤이어 감독직에 오른 과르디올라 감독은 일차적으로 선수단 기강을 잡기 위해 호나우디뉴와 데쿠, 에투의 방출을 요구했다. 특히 에투의 경우,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는 스트라이커 모습과 거리가 있다는 기사가 흘러나오며 방출이 확실시되곤 했다.

그러나 이적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으며 끝내 잔류하게 된 에투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30골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 2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고, 시간이 지날수록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던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하며 선수로써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례로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고 할 수 있는 지난 5월, 레알 마드리드와의 라 리가 34라운드 경기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바르셀로나의 '제로톱' 전술은 에투의 전술 소화 능력이 없었다면 행하기 힘든 전술이었다.

하지만, 제로톱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밀집 수비로 나오는 상대의 중앙 수비 라인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에투 때문이라는 점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음 시즌 성공에 대한 안주보다 변화를 선택하게 하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에투 대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영입을 원했고, 끝내 에투는 인테르 밀란으로 이적하게 됐다. 최근 과르디올라 감독은 "에투의 이적 결정은 힘들었다. 지난 시즌 트레블은 모두 에투의 공이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가 필요하다"며 에투의 이적을 원했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 인테르 밀란에 합류한 에투

따라서 다가올 09/10시즌부터 3번의 라 리가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2번의 스페인 슈퍼컵과 1번의 코파 델 레이 우승 등 무려 8개의 트로피를 안겨준 에투를 더 이상 캄프 누에서 볼 수 없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도 밝혔듯이 지금까지 에투가 보여줬던 공과 열정을 잊는 바르셀로나 팬은 없을 것이다. 라 리가를 정복했듯이 세리에 A도 정복하길 원할 것이고, 5년간 에투가 바르셀로나에 안긴 트로피와 함께 역대 최고의 No.9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사진 ⓒ 엘 문도 데포르티보, 인테르 밀란 홈페이지 캡처]



조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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