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7.25 20:31 / 기사수정 2009.07.25 20:31
후쿠오카에는 메이토쿠 고교, 야나가와 고교 등 명문들이 가득하다. 그러한 학교들을 포함하여 지역 내 122개 학교를 대표하여 고시엔에 진출했다는 이 사실은 후쿠오카를 포함하여 일본 전체가 깜짝 놀랐던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당시 이이즈카 고교의 고시엔 진출을 이끈 선수가 대단히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한국인 야구 유학생'으로 현지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던 김동민(18)이 그 주인공이다.
전형적인 '재간둥이'인 김동민은 사실 2007년도까지 부산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었던 유망주였다. 2007 봉황대기 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으며, 화랑대기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김태군(LG 트윈스)과 함께 팀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랬던 김동민은 바로 그 해에 부산고를 중퇴하고 이이즈카 고등학교로 야구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유학 1년 만에 팀을 고시엔으로 이끌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비록 고시엔 첫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당시 김동민은 1안타 1도루를 작렬시키며 1번 타자로서 제 몫을 다 했다.
이후 김동민은 후쿠오카 경제대학으로 진로를 정하며 또 다른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김동민에 대해 부모님은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김동민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8일, 부산에서 김동민의 부모인 김성식(아버지), 권남숙(어머니)씨를 만났다.
아들의 일본유학, 그리고 고시엔
-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동민 선수가 2007년도에 일본에 간 이후 2008년도에 갑자원에 진출했지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후쿠오카 경제대학에 재학중입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한 김무영 선수의 후배이기도 하고요. 일본 학생 야구가 늘 그러하듯 3시까지 공부하면 이후에 연습한다고 합니다. 대학생 되고 난 다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힘들다는 이야기 한 번 안 하던 아들이 최근에는 “밥벌이하고 살기 힘들다.”라고 하더군요(웃음). 어쨌든 대학에서도 제 몫을 다 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일본 유학은 어떠한 계기로 가게 된 것입니까?
중학교 때부터 일본 유학을 생각했습니다. 이후 다리 부상에 이은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아들이 참 힘들어 하더군요. 그래서 친구 아버지 소개로 이이즈카 고등학교로 야구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 후쿠오카는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만 120여 개가 넘습니다. 그 지역 예선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떠하셨습니까?
기분 참 좋았지요. 거기 출전한 아들의 모습도 멋있었고요(웃음). 그런데 고시엔은 정말로 '지역사회의 축제'였습니다. 이이즈카 고등학교가 약 40년 만에 고시엔에 진출했다고 하니까 마을 사람들 전체가 버스를 대절해서 고시엔 구장으로 향했습니다. 또한, 승리 여부에 상관없이 고시엔에 출전하면 학교의 모든 수업이 중단됩니다. 그리고 버스 38대를 전세해서 재학생은 물론이고 동문, 시 주민 등이 모두 출동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교 문 받고 12시간 걸려 고시엔에 가는 겁니다. 고시엔에 55개 팀이 출전하는데, 지역마다 버스가 기본적으로 30대 옵니다. 고시엔 구장이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지요.
- 팀을 고시엔으로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이 집중을 받았을 법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2학년 때 일본 유망주 유격수 6인방 중 한 명으로 뽑혔더군요. 2012년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도 지명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해야 하지요. 그런데 일본 학생 야구는 선수 개인연습에는 크게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 일본 언론에서도 ‘김동민’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크다.
- 그 이야기를 좀 자세히 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야구를 하다가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은 프로나 사회인 야구로 진출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계속 공부를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일본의 학생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늘 한국에 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보십시오. 코치나 감독들이 선수 개개인의 신상과 연습량에 일일이 관여하고 또 지도해 주지 않습니까?
반면, 일본은 큰 줄기를 봅니다. (김)동민이가 1학년 때 0.485를 쳤습니다. 그런데 (김)동민이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준 지도자가 있었다면 욕심 같겠지만 5할도 가능했다고 봅니다. 즉, 코치나 감독이 ‘생활야구’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에서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그래서 좋은 타격 폼을 갖는 데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 좋지 않은 타격 폼으로도 4할을 쳤단 말입니까? 대단하네요
(아쉬운 듯) 좋은 폼으로 타석에 들어섰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나마 이 타격 폼으로 4할을 쳤고, 고시엔 진출 당시에는 0.385를 쳤습니다. 부모 된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성장해 주기를 바랄 뿐이지요.
- 일본 유학의 단점이 '맨투 맨'에 약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 사실 청소년 야구는 한국이 최고입니다. 운동 목적으로 일본 보내는 것은 저도 권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면 일본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명해 주니까 조금만 노력하면 프로지명도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동민이만 해도 지역 예선에서 4안타 치고, 만루 홈런 치니까 자동적으로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었습니다. 일단 (김)동민이 본인도 "하는 데까지 해 보겠다"라고 이야기하는 만큼, 계속 지켜보고 싶습니다.
김동민, 그의 야구인생
- 초등학교 시절의 김동민은 어떠한 선수였습니까?
발이 정말 빠른 아이였습니다. 5학년 때에는 도루 상도 받았지요. 동년배 중에 (김)동민이 만큼 빠른 선수를 못 봤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배짱이 두둑했던 선수였습니다.
- 그렇습니까? 어느 정도로 배짱이 두둑했습니까?
보통 선수들이 긴장하면 청심환을 먹기도 하고 그러는데, 아들은 절대로 청심환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배짱 있는 선수였지요. 또 성격이 느긋합니다. 급한 성격이 아녜요. 또 추위는 잘 타는데, ‘덥다.’라는 이야기를 잘 안 합니다. 그만큼 야구가 잘 맞는 체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 이번에는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사직중학교를 나왔는데, 이는 전적으로 제 생각(아버지)이었습니다. 학교가 사직구장 인근에 있어 자주 야구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결과였습니다. 또 아들이 ‘우투양타’입니다. 이것도 어렸을 때부터 야구 시키기 위해 왼손잡이 연습을 시킨 결과였습니다.
- 일본에서는 동료 사이에서 '김동민'이 어떠한 선수로 인식되었습니까?
원래 (김)동민이가 유학 가기 전에는 학교에서 야간 훈련이라는 것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아들이 유학을 가면서 야간 연습을 하니까 주위 동료가 "저녁에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답니다. 웨이트도 하고, 배팅 연습도 하고…. 그 정도로 야간훈련이 정착되지 않은 시기였는데, 아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고 팀 동료도 따라했다고 합니다. 그랬기 때문에 작년에 고시엔에 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응원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그저 열심히 하다 보면 자신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힘들다는 소리 한 번 안 하는 아들이 최근에는 “한국에 가게 되면 타격 폼을 손봐줄 수 있는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본인도 자신의 타격 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짧은 시간이나마 (김)동민이를 지도해 주실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진=김동민 (C) 김성식/권남숙님(김동민 선수 부모님) 제공]
※ 김동민(후쿠오카 경제대학)
1. 생년월일 : 1991. 2. 9
2. 학력 : 양정초 - 사직중 - 부산고(2년 중퇴) - 이이즈카 고교 - 후쿠오카 경제대학
3. 포지션 : 내야수
4. 특이사항 : 한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전 일본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일명 고시엔) 본선 출전.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김무영 선수 대학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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