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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와 레알 마드리드의 재밌는 인연

기사입력 2009.07.22 11:54 / 기사수정 2009.07.22 11:54

유형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유형섭 기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연고로 하는 팀이자 이번 피스컵 2009에 참가하는 말라가는 레알 마드리드와 재밌는 인연이 있다.

때는 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렌소 산스 회장 체제였던 레알 마드리드는 수케르와 미야토비치, 산치스, 이에로가 주축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화려한 선수단에 오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선수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페르난도 산스.  로렌소 산스 회장의 아들인 페르난도 산스는 레알 마드리드 유스출신 선수였으나 결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만한 실력이 안된다는 평가였으며 그의 아버지인 로렌소 산스의 입김으로 인해 구단에 남고 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고 상당부분 맞는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레알 마드리드를 거친 감독들은 그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페르난도 산스를 방출시킬 순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라울 곤잘레스가 로렌소 산스의 딸이자 페르난도 산스의 여동생이라 할 수 있는 마멘 산스와 결혼하게 되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진다.  페르난도 산스는 주로 백업선수로 뛰거나 비중없는 경기에 출장하면서 자신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이유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으나 레알 마드리드라는 구단에서 뛰며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맛본 페르난도 산스에겐 큰 위기가 찾아오는데, 바로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아버지인 로렌소 산스를 물리치고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회장으로 등극한 일이었다.  페르난도 산스의 방출은 당연한 일이었고, 페르난도 산스는 말라가CF로 이적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산스 가문과 말라가CF의 첫 인연이 된다.

2000년대 초반 말라가는 상당히 매력적인 팀이었다.  키키 무삼파, 모비야, 콘트레라스, 다리오 실바, 두다등 화려하진 않지만 어디서나 제 능력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된 말라가는 강팀들의 발목을 잡는 전형적인 라리가 중위권 구단으로서 그 존재를 굳건히 했었고, 빅클럽에서 뛰며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이 있던 페르난도 산스는 팀의 주장으로서 축구인생의 전성기를 보낸다.

그러나 달이 차면 기울듯이 중위권의 터줏대감 말라가도 추락의 길을 걷게 된다.  재정이 부족한 말라가는 재능있는 선수들을 헐값에 뺏겼고, 04/05시즌을 10위로 마친 것에 비해 05/06시즌엔 20위로 추락하며 세군다리가로 강등당하게 된다.  페르난도 산스는 주장으로서 팀의 강등을 막지 못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32세란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정한다.  라리가 240경기 출장 4득점으로 축구선수 인생을 끝낸 페르난도 산스.  하지만, 산스가문과 말라가의 인연은 그리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2006년 7월, 로렌소 산스는 말라가의 지분 97퍼센트를 거둬들이면서 말라가의 회장으로 부임한다.  웰릭톤, 바하, 아포뇨의 영입과 고이티아, 헤수스 가메즈의 발굴로 새로 태어난 말라가는 07/08시즌 세군다리가 2위를 거두며 승격에 성공한다.  승격이란 목표를 완수한 로렌소 산스 회장은 회장자리를 아들이자 말라가의 아이콘인 페르난도 산스에게 넘겨주게 된다.  35세란 나이에 구단의 회장자리에 앉게 된 페르난도 산스에 대해 많은 이들은 비웃었지만, 말라게뇨는 결코 반감을 표하는 일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08/09시즌의 말라가는 라리가 8위에 위치하는 대성공을 거둔다.  물론 두 여동생의 남편인 라울과 살가도가 뛰는 애증의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의 대결도 있었는데, 1차전은 3대 4로, 2차전은 0대 1로 패하고 만다.  두 경기 모두 이과인의 원맨쇼가 돋보인 경기였으며 1, 2차전 모두 여러 뒷이야기가 남아있다.  10라운드 1차전은 라리가팬들 사이에서 08/09시즌 막장 매치 중 하나로 웃음과 비웃음 모두 얻는 경기로 남게 된다.  

그리고 엘리세우는 화려한 플레이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엘리세우는 이번 여름 시장 때 라치오로 이적하였다.  또한, 2차전은 페르난도 산스가 25년 전 레알 마드리드를 6대 2로 꺾었던 추억을 되살리는 의미로 09/10시즌 용 유니폼을 미리 입고 뛰었다.

페르난도 산스의 새로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페르난도 산스 회장은 2009 피스컵 안달루시아에 말라가의 참가를 확정시키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비록 엘리세우를 라치오로 이적시켰지만 그 이적료를 이용하여 위건의 자키를 노리고 있으며 유벤투스와 계약을 해지한 안드라데의 영입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 임대로 좋은 활약을 보인 세비야의 두다와 롤로를 영입하기 위해 말라가 출신의 스페인 측면수비 유망주 헤수스 가메즈를 트레이딩 카드로 활용할 생각도 있다.  말라가의 서포터들은 페르난도 산스의 협상능력을 믿고 기다리는 중이다.

피스컵 말라가의 경기에서 다른 나이가 든 회장들과 나란히 앉아있는 훤칠한 스페인 남자를 발견한다면 많은 역경을 딛고 이제 성공하려하는 페르난도 산스라는 남자를 기억해주자.  페르난도 산스의 성공가도는 말라가의 성공과 함께할 것이다.  페르난도 산스는 이번 피스컵 2009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말라가의 경기가 성사되어 자신을 레알 마드리드에서 쫓아낸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과 나란히 앉게 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페르난도 산스가 그렇게나 협상능력이 좋다는 페레즈회장에게 어떤 말을 건넬 것인지 기대해 보는 것도 피스컵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유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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