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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프레레 감독, 미래가 없다.

기사입력 2005.08.09 10:03 / 기사수정 2005.08.09 10:03

손병하 기자

동아시아대회의 참패로 인하여 요하네스 조 본프레레(59.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론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사우디와의 원정경기에서 참패한 뒤부터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던 거취 문제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다가,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의 졸전을 계기로 그야말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먼저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과 교체론을 주장하는 팬들은 본프레레 감독의 전술적인 부재와 선수기용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본프레레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만큼 ‘축구 철학’이나 그만의 ‘색깔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기본적으로 감독으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인드나,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끌고 나가기 위한 전체적인 기량이 부족하다는 것.

반면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론에 대해 우려와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팬들은, 1년 이란 시간 동안 본프레레 감독의 모든 것이 그라운드로 나오기에는 부족한 시간이 아니냐며 히딩크 전 감독의 예를 들어 충분히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 지난 월드컵 4강 이후로 너무 높아진 우리의 눈높이를 경계해야 하고, 선수들의 기량 미달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 한마디로 대표팀 부진의 탓을 모두 감독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양측의 팽팽한 의견 대립에 걸맞게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나 내용들도 논리적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굳이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면 지금의 우리 대표팀 감독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많은 팬들이 본프레레 감독의 역량 등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경질론’까지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본프레레 감독이 제시한 ‘비전’이 없었다는데 있다.

본프레레 감독, '비전'이 없다

▲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
ⓒ2005 이솔희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본프레레 감독은 대표팀에 입히고자 하는 자신만의 축구 스타일도 없었으며, 대표팀의 체질 개선이나 실력 향상을 위한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계획도 없었다. 감독으로서 가져야 할 안목이 없다는 얘기로도 정리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과거 거스 히딩크(59, 호주 국가대표 감독)감독과 비교가 많이 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직전의 히딩크 감독이 협회와 프로구단들의 지원을 받으며 집중적으로 선수를 조련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본프레레 감독보도 좋은 조건이었다. 헌데도 히딩크는 체코와의 친선 경기 0:5, 프랑스와의 컨페더레이션스컵 0:5 완패 등의 두 차례 졸전을 비롯하여 줄 곳 실망만을 안겨주면서 언론은 물론 팬들에게도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당시 히딩크는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을 약한 체력으로 단정 짓고, 그 부분의 개선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것이다. 당시 축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축구팬들도 히딩크의 이러한 지적에 우려를 숨기지 않으며, 적잖이 당황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기본기 부족이라던가, 전술적인 움직임의 미흡 등을 생각해 왔었는데, 정작 히딩크는 우리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부분을 아킬레스건이라며 말했던 것.

본프레레 감독과 히딩크 감독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전형적이고도 절대적인 감독의 역량이다. 히딩크 감독은 끊임없는 체력 훈련을 통해 압박축구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고, 결국 우리 대표팀만의 정형화된 팀 컬러를 만들어 놓았다. 현실에 맞는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선수들을 이끌고 앞으로 전진하는 능력을 본프레레 감독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본프레레 감독은 지금까지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방향이나 목표,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가 선호하는 선수 스타일도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그만의 전술이나 작전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장 내년 월드컵만을 위함이 아닌 현재 세계 중위권의 한국 축구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다 긴 안목을 가지고 시행하려는 노력이나 감독이 제시해야 할 ‘비전’이 없었다는 것도 큰 문제다.

경기 결과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안목에도 실망

지금까지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은 취임 이후, 지난해 아시안컵, 월드컵 2차 예선과 최종 예선, 그리고 막 끝난 동아시아대회 등, 4차례의 굵직한 대회를 치뤄 왔다. 부임 직후 펼쳐진 아시안컵에서는 허정무 당시 수석 코치의 도움을 받아 대표팀의 수준을 파악하는 단계였다면, 올 초 진행되었던 북미 원정에서는 앞으로의 계획을 내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은 북미 원정길에 치뤘던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해외파를 제외한 국내 선수들의 테스트나 기량 점검이 아닌, 한 경기 한 경기 승부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미국에서 열렸던 세 번의 친선 경기에서 보여준 본프레레 감독의 선수기용은 선수들의 테스트가 아닌 이기기 위한 승부의 집착에 불과했다.

특히 첫 경기였던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하자 이후 두 경기에서는 이동국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을 김두현-김남일-김정우-김동진으로 이어지는 허리 라인과 유경렬-김진규-박재홍 등, 당시 베스트 멤버들을 가동하며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 점검을 위해 추진하였던 친선 경기가, 승-패에 연연하는 승부의 장으로 변했던 것.

이런 본프레레 감독의 ‘승부욕’은 이후에도 계속 되었다. 특히,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아직은 성인 팀에서 경기 경험이 없어 검증되지 않았다.’며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을 반대하던 본프레레 감독은 독일행의 여부를 판가름할 우즈벡-쿠웨이트로 이어졌던 ‘죽음의 원정 2연전’을 앞두고 박주영을 전격 발탁했고, 그를 승부수로 투입했다. 또 이번 동아시아대회에서도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박주영을 북한전부터 예비 엔트리에 올려놓으며 ‘만약’에 대비하는 등, 근시안적인 지도력을 보이는데 그쳤다.

이렇게 감독의 좁은 안목과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는 전체적인 지도력이, 현재 축구팬들이 감독의 교체를 바라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월드컵만이 한국 축구의 전부가 아니다

본프레레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1개월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그가 취임한 이후 대표팀은 굵직굵직한 몇 차례의 대회들을 포함해 25번의 A-매치를 치뤘다. 결코, 부족하지 않은 시간 이였고 적지 않은 경기를 펼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프레레 감독이 보여준 것이 없고, 앞으로 대표팀의 최소한의 방향 제시도 못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 문제점으로 지적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 1970년대 역사상 가장 완벽한 팀으로 세계를 주름 잡았던 브라질 대표팀은 당시 펠레와 자르징요, 게르손, 아우베루투 등,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보유했었지만 조직력을 살리지 못한 모래알 같은 팀이었다. 하지만, 마리오 자갈로라는 명장이 스타 의식을 없애고 팀을 위해 모두를 하나로 묶으면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또, 1990년대 AC 밀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아리고 사키 감독은 수비 위주의 이탈리아 축구에 강한 공격 성향을 투입하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끝에, AC 밀란을 당시 최고 클럽팀으로 올려놓았다. 물론 이러한 세계적인 명장의 카리스마와 리더쉽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 국가 대표팀으로서 가져야 할 역량과 그 만의 색깔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모든 이들의 말하던 장점을 단점이라 말하며 대표팀을 완전히 바꿔버린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말이다.

국가 대표팀을 담을 만한 그릇을 가지고 있지 못한 감독의 교체가 지금 늦었다는 지적은 당장 눈앞의 월드컵을 바라보고 하는 말이다. 허나, 만약 내년 월드컵까지 이와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면, 한국 축구의 진보는 1년, 혹은 그 이상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감독 교체 등으로 인한 혼란이 생겨, 내년 월드컵의 실패를 담보로 잡히더라도 하루 빨리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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