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는 모든 이들의 내면을 비췄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서영희(채시라 분)의 성장기이기도 했다. 여자로서의 생기를 잃고 세상과 단절을 택한 그는 정효(조보아)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비로소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배우 채시라는 그런 서영희가 변화하는 과정에 몰입했다.
“처음에 나를 가둔 부분은 길게 나오고 두 번째는 짧았어요. 처음에 갇혀 살아보니 그 이후에는 서로 간의 주고받으며 사람 사는 것 같이 느끼잖아요. 이제는 나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필요 없이 다가가자 해요. 그 아이(정효)가 나갔을 때 이 아이에게 태어날 아이를 혼자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아 하죠. ‘내가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결국 나 스스로 느낀 거죠.”
초반 냉소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영(정혜영)에게 “첩년 딸을 생각해주는 게 정상이냐”라고 일갈하는 모습, 슬립을 입고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현실을 막장 드라마에 빗대며 자조적으로 웃는 모습, 자신의 집에 살려고 왔다는 정효에게 아이를 언제 지울 거냐며 감정 없이 묻는 장면 등이 그 예다. 슬립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파격적인 모습을 통해 특히 서영희라는 한 여자의 삶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
“웹소설에서 그 삽화가 굉장히 눈에 들어왔어요. 영희를 한눈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거든요. 슬립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꼭 표현해야 한다고 했어요. 김민식 감독과 만났을 때 그 부분을 얘기했죠. 감독님은 괜찮겠냐고 물었어요. 삽화에 나온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썼다. 후반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을 때 메이크업과 단발로 생기 있는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깔끔한 단발 스타일로 미모를 뽐낸 그다.
“작품을 위해 머리를 기르는 타입이에요.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다음 작품의 캐릭터에 맞게 시작하려고 머리를 길러요. 3년 간 집 밖에 나오지 않은 여자인데 내가 가진 머리가 딱 그 정도더라고요. 좋았어요. 이후에 생각보다 머리 자른 것에 반응이 좋았어요. 잘 잘랐다 싶었죠. 영희가 홀로 서는 걸 통해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의 의사였어요. 그래서 후반부에 머리를 자르면 더 극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아 겸사겸사 잘랐죠.”
남편 김태욱의 반응도 전했다. “안 거르고 얘기하는 스타일이에요. 칭찬을 잘 안 해요. 보고 ‘괜찮은데’ 하면 아주 좋은 거예요. 베트남을 사업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데 단발 사진을 보냈는데 대꾸가 없더라고요. 나중에 빨간 립을 바르고 찍은 단발머리 사진을 보내줬더니 '잘랐네' 라더라고요. 괜찮다고 했어요. 김태욱 씨는 아무 말이 없으면 좋은 거예요.” (웃음)
서영희는 초반에 아내로도 엄마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미 3년 전 남편 한상진(이성재)이 내연녀 세영(정혜영)과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상에 자신을 가두면서까지 이혼을 거부한 서영희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의 삶에 온전히 몰입하려 했다.
“모든 캐릭터가 달라요. 성격이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이혼하자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집 대출도 그렇고 내가 살려면 애정이 없지만 놓아 줄 수 없는 상황이에요. 다 쥐고 있으면서 밖과 단절하며 살아가요. (세영과의 관계도)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싫은 상태에서 만났지만 그녀도 나도 익숙해지는 거예요. 나도 약자가 된 상태에서 나보다 더 약자가 나타나니까 내 어린 시절을 보는 느낌이라서 나도 모르게 점점 보호하게 된 것 같아요.”
불륜, 두 집 살림 등 우려할 만한 자극적인 요소도 깔려 있었다. 내연녀 때문에 남편과 이혼했지만 내연녀와 내연녀의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설정도 작위적이긴 했다. 하지만 막장의 느낌은 없었다. 인물의 내면과 갈등, 관계를 개연성 있게 그려낸 덕이다.
“막장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동의할 순 없는 게 소재가 그렇다고 막장일 수는 없어요. 막장일 거라는 예상을 깬 게 좋았어요. 배우들이 연기할 때도 진정성 있게 했고요. 작가, 연출, 배우들 다 막장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이런 드라마가 나온 건 원작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해요. 많은 분이 힐링 드라마라고 해줬어요. 다들 좋은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랐는데 그 부분은 이루지 않았나 싶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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