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7 21:21 / 기사수정 2009.06.07 21:21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전화 한 통에 갑자기 취재 일정이 바뀌었다. 원래 일정은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연예인 축구의 지존을 가리는 피스 스타컵을 취재하러 갈 예정이었다. 취재 하루 전, 전화 한 통에 목적지는 수원이 아닌 Daum K-3 2009 서울 유나이티드(이하 서유)와 부천 FC 1995(부천)의 라이벌전이 펼쳐지는 효창운동장으로 변경되었다.
갑자기 바뀐 취재일정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 이유는 수원 종합운동장보다 효창운동장이 더 가깝다는 원초적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연예인들의 이벤트성 경기보다는 승부의 긴장감이 감도는, 경기 결과에 선수와 관중의 희비가 엇갈리는 생동감 있는 현장이 기자이기 이전에 축구팬으로서 더욱 반가운 곳이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오후 4시 경기. 한두 차례 비가 온다는 예고와는 달리 따사로운 햇볕이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을 더욱 덥게 만들었다. 과연 이 햇볕만큼 경기장의 열기도 뜨거울까?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경기장에 다다랐다.
효창운동장의 첫인상은 약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듯이 다소 낡은 느낌이었다. 경기장에 주변에 양 팀의 서포터스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슬슬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서 푸른 잔디가 한눈에 들어오니 재미있는 일화가 생각났다. 히딩크 前 국가대표팀 감독이 효창운동장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너무나도 푸른 잔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물론 나중에 인조 잔디라는 것을 듣고 씁쓸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겠지만….
서유와 부천은 K-3 팀으로는 보기 드물게 서포터스가 있는 팀으로 유명하다. K-리그 팀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열기만큼은 그에 못지않다. 이날 역시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운 햋빛 아래에서 팀을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느덧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이내 경기가 시작했다. 옆에 앉아있던 기자가 내게 살짝 해준 말이 더욱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K-3 경기 생각보다 짜임새 있고 박진감 넘쳐요."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경기는 시작하자마자 빠른 공수전개로 마치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먼저, 공격적으로 나간 팀은 원정팀 부천이었다. 부천은 오른쪽 측면에 위치한 정현민의 빠른 돌파를 앞세워 서유를 공격해 나갔다.
그러나 선취골의 몫은 홈팀 서유였다. 전반 15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남윤수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김민영이 감각적으로 발을 갖다 대며 선취골에 성공했다. 선취골을 내줬지만 부천은 당황하지 않았고 서유의 골과 비슷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금세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초반부터 서유의 왼쪽측면을 공략한 정현민의 크로스를 이승현이 슛을 시도했고 골키퍼 가랑이에 맞았으나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골도 인상적이었지만 선수 개개인의 능력도 수준급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 부천의 공격수 이승현은 뒤에서 날아온 공을 베르캄프의 볼 터치를 보는듯한 유연한 볼 터치로 매끄럽게 공격을 하는 모습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후반 초반 부천의 이설민의 프리킥은 강력하고 날카로웠다.
부천의 결승골 역시 날카로운 프리킥에서 비롯되었다. 후반 36분 부천의 프리킥을 서유의 골키퍼 지상훈이 막았으나 흘러나온 공을 김대환이 쇄도하며 밀어 넣어 그물을 흔들었다. 결국, 그것이 결승골이 되어 원정팀 부천이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은 승자와 패자가 가르는 순간이었지만 열심히 자신들을 지지해준 서포터스에게 다가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은 역시나 다 같은 모습이었다.
취재가 끝난 후, 돌아가려는 순간 또 하나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샤워를 마친 선수들과 서포터스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가족, 혹은 오래된 친구관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고 선수와 팬이 하나가 되는 모습은 K-3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었다.
▶ K3, 소박한 그 들의 즐거움
☞ 부천FC1995, 서울유나이티드 상대로 2대1 짜릿한 역전승 만들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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