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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인터뷰] 이진택, "동양인이 육상에 약하다는 생각은 편견"

기사입력 2009.06.05 16:11 / 기사수정 2009.06.05 16:1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대구 스타디움, 조영준 기자]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 보유자이자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의 위업을 달성한 이진택(37, 육상 도약 주니어 국가대표 감독)은 한동안 한국육상을 대표하는 선수였다. 국내최초로 올림픽메달에 도전했었던 이진택은 비록 자신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선수시절의 열정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4일과 5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3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제자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한 이진택 감독을 만나봤다.

시드니에서 얻은 좌절, 하지만 희망의 불씨가 됐다

이진택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결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8위에 오르면서 가능성을 타진했던 이진택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메달후보로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바벨의 높이는 점점 높아졌고 이진택의 비상(飛上)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림픽메달 후보로 급부상한 이진택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많아졌다. 반드시 시드니올림픽에서 메달 권에 들겠다는 의지는 이진택도 뜨거웠다. 그러나 국내 최초로 올림픽 육상에서 메달이 나온다는 기대는 이진택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특별한 부상 없이 몸 관리도 잘하고 있었지만 '마음의 부상'을 이진택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진택을 시드니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5개월 동안 독일로 위탁훈련을 떠났다. 당시 여자높이뛰기는 독일 선수들이 휩쓸고 있었고 이러한 선수들을 배출시킨 유명한 지도자 밑에서 특별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독일에 머물면서 너무 많은 대회에 참가한 것이 이진택에게 '마이너스' 작용을 했다. 올림픽을 대비해 적절하게 컨디션을 조절해야 했지만 경기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출전을 강행했던 것이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예선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이진택은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올림픽메달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가 97년도에 기록한 2m 33의 한국 신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진택의 목표는 자신이 키운 선수가 이 기록을 깨고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것이다. 열악한 국내환경과 동양인들의 신체적인 특징을 생각할 때, 국제무대의 벽은 아직도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진택은 '아니다'라고 단호히 대답했다.



중국에는 루시앙도 나왔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선수라고 못하겠는가?

높이뛰기 선수는 육상선수들 중, 가장 신장이 큰 축에 속한다. 190cm에 달하는 이진택도 국내 선수 가운데에선 가장 큰 육상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 나가면 이진택의 눈높이보다 낮게 보이는 선수는 드물었다. 실제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참가한 이진택은 "그때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나보다 작았던 선수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모두 190cm 후반 대에서 2m에 달하는 선수들도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큰 신장에 뛰어난 탄력, 그리고 군살이 없는 매끈한 체격은 도약선수들이 지녀야 할 좋은 체격조건이다. 이러한 조건을 타고나면 더더욱 바랄 것이 없지만 노력이 수반돼야 뛰어난 육상선수가 될 수 있다고 이진택은 강조했다.

"육상은 타고난 재능과 신체조건과 더불어 열정과 노력의 비중이 매우 크다. 좋은 체격조건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신장이 적은 선수가 도약종목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일례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스웨덴선수는 신장이 180대 초반에 불과했다. 이 선수는 어릴 적부터 꾸준하게 훈련을 해왔고 높이뛰기에 대단한 열정을 바쳤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열정과 노력이 충만하면 신체적인 조건은 충분히 극복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육상은 동양인들에게겐 정복하기 힘든 종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남자 110m 허들에서 중국의 루시앙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편견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진택은 "인종간의 신체적인 특징이 육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루시앙의 경우를 보면 동양인들이 육상에 약하다는 편견을 깬 가장 좋은 사례이다. 현재 우리나라 도약 종목에서는 인재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선수들이 체계적인 계획 속에서 꾸준하게 성장한다면 충분히 세계정상권에 도전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제63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여자장대높이뛰기 한국 신기록 보유자인 임은지(20, 부산연제구청)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컨디션 난조를 보인 임은지는 탁월한 기량을 갖췄고 앞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크다고 이진택은 힘을 주어 말했다.

"임은지 선수는 2011년을 목표로 성장하는 선수이다. 육상에서 어떤 선수가 항상 일관적으로 기록 경신을 해내는 것은 힘들다. 이번에 컨디션이 안 좋은 점도 있었지만 임은지에게 이러한 실패도 꼭 거쳐 가야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임은지는 이번 대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참가해야 할 대회가 훨씬 많다"



한국 육상이 살려면 대학 육상이 발전해야 한다

이진택은 한국 육상의 발전을 위해 대학 육상의 활성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운동도 중요하지만 학습도 필요하다. 선수생활 이후의 삶도 중요하고 밝은 미래를 생각하려면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육상을 활성화하는 대학이 거의 없어서 고교 졸업 후, 실업팀으로 가는 선수들이 많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모든 스포츠의 기본 종목인 육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육성시키는 대학이 많다. 인기종족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육상의 발전을 위해 대학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

촉망받는 높이뛰기 선수였던 이진택은 한국육상의 발전을 위해 현장에서 분주히 뛰고 있다. 선수들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진택은 "내가 이루지 못했던 한국 최초의 육상 메달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답변했다.

[사진 = 제63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높이뛰기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이진택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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