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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녹인 '해빙'④] 이청아, 15년이라는 시간이 가져다 준 선물 (인터뷰)

기사입력 2017.03.11 09:00 / 기사수정 2017.03.10 16:2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20살 때는 지금보다 더 어른스러웠어요. 얼마나 진지했다고요. 인터뷰 하러 오신 기자 분들이 '늑대의 유혹' 속 모습을 생각하고 오셨다가 실망하고 가시기도 했고요. 지금은 나이도 들고 (배우) 연차도 좀 생겼다고 이렇게 농담도 하고 그러네요"라며 배우 이청아가 넉살 좋게 이야기를 건넨다.

10여 년 동안 조금씩 달라진 '인간 이청아'의 모습만큼, 영화 '해빙'(감독 이수연)은 배우로 새로운 변신에 성공한 이청아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스릴러 '해빙'에서 이청아는 내과의사 승훈(조진웅 분)이 새로 부임한 병원의 간호조무사 미연을 연기했다.

미제연쇄살인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난 수도권의 변두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미연은 명품백을 수시로 바꿔 메고, 승훈을 향한 오묘한 시선으로 진짜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해빙'을 보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하는 이유에는 이청아의 존재감이 한 몫을 더한다.

이청아는 "현장에서 감독님이 어떻게 디렉션을 하실까, 그 부분이 정말 기대 됐어요"라고 웃으며 말을 꺼냈다.

"제 인생에서 정말 스펙터클한 순간이었다"면서 '해빙'을 통해 이수연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던 것에 기쁨을 드러낸 이청아는 미연 캐릭터를 "측은하게 봤다"고 캐릭터를 해석해나갔던 과정을 함께 전했다.

"'왜 저렇게 살까'란 마음은 들지만, 그 밑에는 불안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명품백을 사지 않고 어학연수를 가서 좀 더 대접받을 수 있는 직장, 좋은 직장을 가겠다는 꿈을 꾸지 않는 아이잖아요. 그래서 현실과 굉장히 빨리 타협해버리고 적응해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저 역시도 배우를 하기 전에 제 진로를 결정하기 전까지, 또 배우 생활을 하다가 너무 힘들 때 '이미 돌이킬 수 없는데 뭘 해야 하나' 막막함이 있었어요. 그런 면이 미연에게도 있다고 봤어요. 물론 자랑은 아니지만,(웃음) 그렇게 각종 연령을 아우르며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었죠."

'해빙' 촬영을 마치고 나서도 이수연 감독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직접 물어보며 끝까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이청아는 "살금살금, 제가 생각한 강약을 조절해보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해빙'은 이청아에게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이런 시각을 담아도 되는 영화가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얘기한 이청아는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는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 때문에 항상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저희 영화는 이미 지쳐서 시작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제가 다른 장르에서 했던 연기를 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시나리오에도 '연기하지 말자', '기교부리지 말자'라는 말을 제일 많이 써놓았었죠"라고 회상했다.

연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점을 적어놓았던 것을 한 번씩 다시 살폈다. 처음 작품을 만났을 때의 느낌을 기억하면서 초심을 되새겨나갔다.

막힘없이 술술 영화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청아는 데뷔 후 15년이라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변하게 만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을 스타덤에 앉게 했던 영화 '늑대의 유혹'(2004) 당시를 떠올린 이청아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는 시간에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하루아침에 제가 하던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하니 당황스러웠죠. 조연도 해보고, 오디션도 보면서 이것저것 다른 것들을 많이 해봐야 '배우는 이렇구나, 이런 일들을 하는구나' 알았을 텐데, 오히려 영화를 찍으면서 이런 것들을 배워나가게 된거죠"라고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늑대의 유혹'으로 한창 정상의 인기를 누릴 무렵, 이청아는 드라마 '해변으로 가요'(2005)로 복귀하기까지 1년 동안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휴식을 가지며 자신을 되돌아봤다. 촬영 현장도, 학교도 이청아에게는 배움의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주는 흐름에 자연스럽게 자신을 맡겨오며 차분히 발걸음을 내딛어 온 이청아는 "관객들이 '해빙'을 보고 며칠 뒤 한번쯤 더 생각을 하고, '내 일상의 어떤 작은 하나가 그 영화 때문에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웃음 지었다. 작품을, 또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 역시 그렇게 조금씩 더 성장시키고 있는 순간들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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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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