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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크라니쉬' 백학준이 말하는 하스스톤 탐험가 연맹, 그리고 정규전

기사입력 2016.03.10 01:18 / 기사수정 2016.03.10 13:33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e스포츠의 규모가 커지며 많은 종목이 e스포츠화되었다. e스포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만든 블리자드 역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레나,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의 게임을 출시한 이후 이들을 e스포츠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중 하스스톤은 카드 게임이라는 한계를 넘어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만큼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카드 게임 장르가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이지만, 하스스톤을 즐기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최근 정규전 발표 이후 하스스톤을 즐기는 게이머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정규전의 가장 큰 변화는 오리지널 출시 이후 2년이 넘은 카드를 등급전에 사용할 수 없는 것. 오버파워 카드이자 덱 구성에 필수로 들어가는 로데브나 박사 붐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는 것. 출시된 지 3년이 되어가는 하스스톤이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것이다.

과연 이 변화에 대해 하스스톤 e스포츠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2014년과 2015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2연속 블리즈컨 본선 진출에 성공한 '크라니쉬' 백학준과 만나 새로운 확장팩을 앞둔 하스스톤과 정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 블리즈컨 이후 처음 만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동계 챔피언십에도 출전하지 않은 거로 알고 있는데.

올해부터 하스스톤 대회 구조가 바뀌어서 등급전으로 포인트를 모아야 하는데 작년 블리즈컨 이후 슬럼프도 왔었고, 다른 스케쥴과 겹쳐서 제대로 준비를 못 했다. 최근 다른 선수들이 활약하는 걸 보고 다시 자극받아서 다시 열심히 게임을 하는 중이다. 다행히 2월 아시아 서버 전설 1위에 올랐다.


14년 블리즈컨에서는 4강까지 올랐는데, 15년 블리즈컨은 8강에 그쳤다. 많이 아쉬웠을 거 같다.

정말 아쉽다. 경기를 복기해보면 블리즈컨 마지막 경기는 내가 이길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내가 조 1위로 블리즈컨에 올라갔으면 더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덱을 준비하기 편한 상대들이 전부 반대쪽 사이드로 가는 바람에 첫 경기부터 고전했다. 작년 한 해는 만족할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작년 블리즈컨 현장에서 탐험가 연맹 모험 모드가 공개됐는데, 출시 후 석 달이 지난 지금 이를 평가하자면?

탐험가 연맹은 지금까지 나온 하스스톤 확장팩 중 가장 잘 만든 확장팩이다. 모험 모드 자체도 재미있었다. AI와 단순히 싸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컨셉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모험이라는 콘셉을 잘 살린 확장팩이 탐험가 연맹이다.

'발견' 요소의 추가도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다. 내가 만나본 선수들 대부분 마음에 들어했다. 발견도 운이지만 동일한 조건의 카드 세 장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라 게이머의 판단이 게임에 적용된다. 예전처럼 운에 모든 걸 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른 판단이 들어가 게임이 더 다양하고 다채롭게 흘러간다. 불안정한 차원문이나 누군가 타고 있는 벌목기도 다양한 상황을 만들지만 게임 콘트롤이 안된다. 내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발견은 3개 중 1개를 선택하는 방식이라 '판단과 운'이라는 경계선을 잘 지켰다.


탐험가 연맹에 나온 다섯 장의 전설 카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설 카드도 다들 특색이 있었다. 라팜은 무거운 카드라 사용하기 힘들었지만, 나머지 네 장의 카드는 압도적으로 좋은 효율을 보여준다. 리노 잭슨은 '리노 덱'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덱을 만들었다. 한 덱에 카드 한 장만 넣어야 하니 여태 사용되지 않은 카드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브란 브론즈비어드는 전투의 함성을 사용하는 덱을 강하게 만들었고, 핀리는 영웅 능력을 바꾸는 새로운 방식의 카드였다. 엘리스 스타시커는 처음에 예능 카드 정도로 취급받았지만 지금은 진지하게 사용되고 있다. 4마나에 3/5라는 능력도 좋고, 모든 카드를 전설로 바꾸는 능력도 게임 후반부에 엄청난 효과였다.



탐험가 연맹 출시 이후 대회 덱 흐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궁금하다.


하스스톤이 출시된 이후 가장 좋은 덱 흐름이었다. 대 마상시합까지는 강한 덱이 고착화 되는 시간이 짧았다. 하지만 탐험가 연맹 출시 이후 정말 참신하고 새로운 댁이 많이 나왔다. 다양한 덱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지금은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 비밀 성기사와 드루이드가 강력하다. 특히 드루이드는 상성이 없을 정도로 무섭다.


확장팩 발표를 얼마 앞두지 않고 블리자드에서 정규전과 야생전에 대해 발표했다. 유저들의 반발이 정말 심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책 자체는 찬성한다. 블리자드가 하고 싶은 건 카드 풀 관리다. 카드가 계속 쌓이면서 새로운 카드를 만들 때 기존 카드를 신경 써야 하고 시너지 관리도 많은 문제가 생긴다. 일정 기간을 정해서 관리를 하겠다는 거로 보인다.

하지만 유저들에게 너무 성급하게 발표를 한 게 실책이라 생각한다. 기존에 있는 카드를 정규전에서 사용할 수 없고, 야생전 대회도 없다. 심지어 친구 창에서 순위도 안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을 주고 산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두고 유저들과 소통했어야 하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게 큰 반발을 부른 거 같다.

기존 카드 게이머들은 하스스톤의 정규전 개념에 익숙하다. 이미 있는 시스템이니까. 하지만 하스스톤은 기존 카드게임과 다르다. 카드 게임을 전혀 접하지 않았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유저들이 접한 카드 게임이었고, 이런 유저들에게 돈을 주고 산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규전에 들어가며 사용할 수 없는 카드 중 대표적인 카드가 낙스라마스에서 등장한 로데브와 고블린 대 노움에서 등장한 박사 붐이다. 이런 카드들은 왜 강한가?

로데브는 상대 주문을 한 턴 동안 막는다. 하스스톤 카드를 크게 나누면 주문과 하수인이다. 하수인은 반 영구적이지만, 필드에 내고 보통 한 턴을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주문은 순간적이고 바로 발동한다. 로데브가 나오는 순간 선공권을 뺏기는 거다. 상대 하수인은 주문으로 잡고, 내 하수인은 보호하는게 하스스톤의 기본 전략인데 로데브는 이 부분을 깨버리는 카드다.

박사 붐은 7마나에 7/7이라는 성능도 정말 강하지만 같이 나오는 폭탄들의 랜덤성이 정말 강력하다. 랜덤으로 4대미지까지 들어가는데, 이 랜덤성이 게임의 승부까지 가른다. 박사 붐은 하수인 중심덱에는 항상 들어간다. 반면 도적이나 얼방 법사처럼 콤보덱에는 박사 붐을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기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그리고 콤보덱에서 박사 붐을 대처하기 정말 힘들다.



정규전이 도입되고 낙스라마스와 고블린 대 노움이 빠지면 게임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 거 같나.

새로운 카드팩이 곧 나오는데, 일단 이걸 제외하고 이야기해 보겠다. 일단 누군가가 조종하는 벌목기가 빠지는 게 가장 크다. 이 카드는 능력치도 좋고 랜덤 요소도 많다. 이 카드 한 장으로 게임 내 스노우 볼 속도가 빨라진다. 같은 4마나 카드인 서리바람 설인이 나온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지는 않지만, 지금은 벌목기가 게임의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강하다.

게임의 승패가 판단력으로 갈려야 하는데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 카드는 단순히 카드를 내는 것만으로도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4마나 카드가 이 카드 한 장으로 전부 사장되기도 한다. 이런 카드가 사라지면 스노우 볼 속도도 느려지고, 오리지널 시절처럼 역전하는 게임도 많이 나올 거 같다. 다양한 덱 조합도 나올 거로 생각한다.


정규전 도입으로 신입 유저나 복귀 유저가 적응하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벌목기와 로데브, 그리고 박사 붐 처럼 밸런스가 망가진 카드를 일단 만들고 적당히 덱을 짜는 방법으로만 게임을 즐기는 거다. 이런 방식은 게임을 위해 좋은 게 아니다.

그리고 정규전이 도입되면 구매해야 하는 확장팩이 줄어든다. 확장팩이 늘어나면 신입 유저나 복귀 유저는 감당하기 힘든 양의 확장팩을 구매해야 한다. 나 역시 한국 서버 외에 북미나 유럽 서버에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처음에는 50팩 정도만 사고 게임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 결국 서버당 50만원 이상을 들여 추가로 카드팩을 샀다. 차라리 사야 하는 카드팩 수를 줄이는 게 낫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정규전은 게임을 위해 언젠가는 도입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그걸 유저들에게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 게이머들에게 이게 왜 필요한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길었다면 어땠을까.


최근 하스스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인터뷰를 마치며 올해 본인의 목표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목표가 있다면 블리즈컨 우승이지만, 국내에서 마스터즈 우승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e스포츠 대상도 받고 블리즈컨도 다녀왔지만 국내 타이틀이 없다. 언제나 최강자 논란이 일어나면 국내 우승 경력이 들어가는데, 나에게는 그게 없다. 스타크래프트2 WCS 2회 우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경력의 소유지인 김유진 선수도 한국 개인 리그인 GSL이나 스타리그 우승이 없어서 저평가되기도 한다. 내 커리어를 결점 없이 만들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재미있는 게임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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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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